[여의도풍향계] '먹방 vs 단식'…정치 실종에 여론전만 부각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싼 대치 속에, 여야가 여론전에도 본격 뛰어들었습니다.<br /><br />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은 좋지만, 실체적 진실을 알리기보다는 정쟁의 소모전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는데요.<br /><br />이번 주 '여의도 풍향계'에서 최지숙 기자가 살펴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선 '어딘가 낯익은' 장면들이 재연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대화와 설득이 사라진 빈자리에 고개를 내민 '여론전'입니다.<br /><br />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 보고서 발표가 임박했습니다.<br /><br />오염수 방류가 곧 현실화할 거라는 우려에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며 '소금 대란'까지 일었는데요.<br /><br />사회적 동요 앞에 정치권의 여론전에도 불이 붙었습니다.<br /><br />당초 국민의힘은 '과학적 검증'을 내걸고 객관적 사실 알리기에 주력했지만,<br /><br /> "IAEA도 수차례 안전 검증을 시행했고 최근 발표한 중간보고서에는 오염수 샘플 분석이 정확했고 유의미한 추가 핵종이 미검출됐다고…"<br /><br />쏟아지는 야권의 공세에 비해 과학적 설명이 그다지 가닿지 않자 전략을 선회했습니다.<br /><br />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보다 직관적인 방안으로 '먹방'을 택한 겁니다.<br /><br />지난달 취임 100일을 맞은 김기현 대표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찬을 한 데 이어 윤재옥 원내대표와 각 상임위원회별로도 연달아 횟집 식사에 나섰습니다.<br /><br />수산업계 활성화를 위해 SNS에서도 '횟집 가기 챌린지'가 이어지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이런 가운데 성주 사드기지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부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이 같은 행보에 더 힘을 실었습니다.<br /><br />국민의힘은 '사드 사태는 오염수 미리 보기'라면서 성주 참외 농가로 향했습니다.<br /><br /> "우리 성주군민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는데 죄송하다는 마음, 그리고 열심히 성주군 발전을 위해 마음을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한 400박스쯤 사가려고 하거든요."<br /><br />하지만 '먹방'으로 국민적 의구심을 걷어내기에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, 방류가 현실화할 경우 '플랜B' 찾기가 여당의 관건입니다.<br /><br />야권은 여세를 몰아 맹공에 나서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지난 3월 삭발식을 비롯해 대여 압박을 이어온 더불어민주당은 여당과는 반대로 단식에 나섰습니다.<br /><br />오염수 방류 저지만이 국민 안전을 위한 타협 불가한 해법이라는 입장의 야권.<br /><br />의지의 표명으로 앞서 민주당 윤재갑 의원이 단식 농성을 벌인 데 이어 최근에는 우원식 의원이 단식에 돌입했습니다.<br /><br /> "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합니다. 방류 계획 철회만이 일본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 그리고 태평양 바다를 위한 유일한 해답이 될 것입니다."<br /><br />여기에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가세해 범야권 차원의 단식 농성에 나선 상황입니다.<br /><br />민주당은 릴레이 단식 외에도 이번 달, 전국을 돌며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규탄대회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하는 등 전방위로 공세를 확대하는 모습입니다.<br /><br />과학적 근거없는 괴담과 선동으로 국민 불안만 가중시킨다는 여당의 비판에는 '어느 나라 정부·여당이냐'고 맞받았습니다.<br /><br /> "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괴담이라고 치부하는 우리 정부, 우리 집권여당,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이고 어느 나라 집권여당입니까."<br /><br />대화의 여지는 굳게 닫힌 가운데, 물러설 수 없는 대치가 심화할 분위기입니다.<br /><br />우리나라에서 가장 민감한 화두 중 하나인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안 심리와, 이를 세 결집에 활용하기 위한 여론전은 과거에도 반복돼습니다.<br /><br />석연치 않은 기시감(旣視感)의 배경입니다.<br /><br />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는 건 2008년 '광우병 파동'입니다.<br /><br />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가 2008년 4월 허용했는데, 미국에서도 식용 판매를 금지하던 부위인 30개월 미만 소의 특정위험물질(SRM) 부위 수입을 허용한 것 등을 놓고 국민적 불만과 불안감이 커졌습니다.<br /><br />이로 인한 촛불집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난맥상과 맞물려 일각에서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지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이 과정에서 불만에 불을 지핀 '쓰러지는 소 영상'을 놓고 왜곡 논란이 일어난 데다,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비판이 이어져왔습니다.<br /><br />성주 사드(THAAD) 기지도 비슷한 맥락에서 종종 언급됩니다.<br /><br />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둘러싼 진영 간의 대립은 2017년 사드 임시 배치 직후, '전자파 괴담'으로 확산했습니다.<br /><br />애먼 참외에 시선이 쏠렸는데, 전자파에 참외가 튀겨지거나 썩는다는 괴담이었습니다.<br /><br />6년 만인 지난달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고서야 성주 참외는 일종의 누명을 벗었지만, 이 과정에서 치렀던 정치적 소모전은 컸습니다.<br /><br />오염수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은 "제2의 광우병 선동이자 참외 괴담"이라고 비판하지만, 야권은 여권이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일본을 편든다고 맞서는 상황.<br /><br />어느 때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력이 절실해 보입니다.<br /><br />널리 알려진 병법서 '손자병법'에는 제12편으로 '화공'(火攻)을 소개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강력한 전술이지만 동시에 아군도 화를 입을 수 있는 만큼, 상황의 변화와 진행 상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돼 있는데요.<br /><br />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기에 현대의 '여론전'과도 흔히 비교됩니다.<br /><br />장외 투쟁도, '먹방' 퍼포먼스도 모두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.<br /><br />당위성이 충분치 않다면 외려 자충수가 될지 모를 여론전 대신,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정치권이 여야 없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입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#오염수 #국민의힘 #더불어민주당 #광우병 #사드<br /><br />PD 김선호<br />AD 허지수<br />그래픽 방민주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(끝)<br /><br />